우리나라에 제2의 ‘홍콩’이 생길뻔했던 사건

19세기 대영제국은 러시아 제국과 그레이트 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당시 영국은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조선 전라도의 거문도를 점령한다.

이는 명백한 불법 점령이었다. 하지만 영국의 목적은 조선을 침탈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서였기에 거문도 주민들에게 매우 잘해주었다.

우선 막사와 포대, 등대 등을 건설하기 위해 거문도 주민들의 노동력을 이용했는데, 노동에 대한 임금을 지불했으며 의료지원까지 해줬다.

Advertisements

한번은 영국군이 빅토리아 여왕의 생일날에 축포를 쏘기로 하며 주민들에게 함포 소리에 놀라지 말라고 당부를 했는데, 개들이 함포 소리에 놀라 산으로 도망갔다.

이때 영국군이 개 수색에 나섰다는 일화도 있고, 테니스장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했다.

또 영국군은 거문도 산간에 상당한 숫자의 소를 방목하고 있었는데, 한 노인이 매일 소 한 마리씩 훔쳐갔다.

영국군은 노인에게 소를 돌려달라고 했으나 노인은 소를 가져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영국군이 노인이 소를 몰고가는 사진을 증거로 내밀자 훔친 것을 시인하고 돌려줬다.

당시 사진의 존재를 몰랐던 주민들은 사진을 보고 매우 놀랐다고 한다.

1960대 거문도에서 영국군을 만났던 90대 노인들에게 영국군의 지배가 어땠는지 물었으나 다들 매우 우호적인 답변만 할 정도로 당시 거문도 주민과 영국군의 사이는 좋았다.

특히 영국군에게 배운 요들송을 기억하고 있었고 영어도 조금 할 줄 알았다고.

한편 영국은 거문도 점령에 대해 청나라와 일본에 통고했으나 정작 당사자인 조선에는 아무런 고지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조선 조정에서는 영국군이 거문도를 점령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청나라에 의해 뒤늦게 이를 인지했다.

청나라 이홍장 : 귀국의 제주 동북쪽으로 100여 리 떨어진 곳에 거마도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거문도입니다. 바다 가운데 외로이 솟아 있으며 서양 이름으로는 해밀톤 섬이라고 부릅니다. 요즘 영국과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 경계 문제를 가지고 분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군함을 블라디보스톡에 집결시키므로 영국인들은 그들이 남하하여 홍콩을 침.략할까봐 거마도에 군사와 군함을 주둔시키고 그들이 오는 길을 막고 있습니다.

이후 조선은 거문도에 사.신을 보냈는데, 영국은 거문도 기항의 대가로 연간 5천 파운드를 지급한다며 거문도 기항을 인정받으려 했다.

하지만 조선은 영토 점령 자체가 부당한 일이라며 즉각 철수를 요구했지만 영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게 영국은 거문도를 쭉 점령하다 러시아와 긴장이 완화되면서 거문도를 점령할 명분이 사라졌고, 러시아로부터 남하하지 않았다는 보장을 받은 후 거문도에서 철수했다.

이 사건 이후 거문도와 영국은 아직까지 연을 이어오고 있다. 한 번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방한 당시 거문도를 방문해 영국군 묘지를 찾아 참배하려고 했으나 너무 멀어서 무산되기도 했다.

또 주한영국대사관이 2005년부터 거문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주고 있다고 한다.

답글 남기기